우주를 떠도는 탐사선

그렇다면 태양의 영향력이 끝나는 태양계의 끝은 어디쯤 될까? 마지막 행성인 해왕성까지가 태양계의 끝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그 바깥으로는 태양계의 막내 행성으로 사랑받다가 쫓겨난 저 슬픈 명왕성이 있고, 또 명왕성을 지나면 해마다 아름다운 꼬리를 뽐내며 지구를 방문하는 혜성들의 고향, 카이퍼 띠가 내부 태양계를 감싸고 있다.
해왕성과 명왕성을 거쳐 이 카이퍼 띠를 최초로 통과한 인공물이 있다. 바로 1972년에 발사된 목성 탐사선 파이어니어 10호다. 무게 258kg에 6각형 몸통을 하고 있는 이 탐사선은 지름 2.4m 파라볼라 안테나를 달고 있다.
초속 14km로 지구를 떠난 파이어니어는 1년 9개월을 쉼없이 날아, 1973년 12월 목성에 접근해서 찍은 사진 500여 장을 지구에 쏘아 보냈다. 인류는 이매 처음으로 목성의 북극을 불 수 있었다.
목성 임무를 완수한 파이어니어는 10년을 더 날아, 1983년 6월에는 명왕성 제도를 통과함으로써 최초로 외행성계를 벗어난 인공물이 되었다. 파이어니어가 이후에 부여받은 임무가 태양계 탐사였다.
하지만 카이퍼 띠를 지난 후 2003년 1월 23일 마지막 교신을 끝으로, 100AU쯤 되는 거리 어디에선가 파이어니어는 실종되고 말았다. 2006년 3월 4일, 최종 교신을 시도했지만, 파이어니어로부터 응답이 오지 않아, NASA는 미아 실종신고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만든 물체 중 보이저 1호 다음으로 가장 우주 멀리 날아간 파이어니어 10호는 지구에서 100AU나 떨어진 깜깜한 우주공간에서 영원히 우주의 미아가 되어버린 것이다. 1972년 3월 지구를 떠난 지 꼭 31년 만이다.
태양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플라스마의 흐름인 태양풍의 영향이 미치는 경계는 대략 태양-명왕성 간 거리의 4배(100AU) 되는 곳으로 이 범위까지를 태양권이라 한다. 인간과의 연락은 끊어졌지만 파이어니어 10호는 그래도 우주비행을 멈추지는 않고, 태양계를 빠져나가기 전에 태양계와 우주의 경계인 태양권 덮개(헬리오시스)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태양권 덮개는 이름 그대로 우주로부터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태양계를 보호하는 방패 같은 것이다. 이 태양계 덮개를 빠져나가는 데만도 약 10년이 걸릴 것이라 한다.
태양권 덮개를 지나면 태양권 계면(헬리오포스)이 나온다. 여기는 태양풍의 영향과 성간물질의 영향이 거의 같아지는, 그야말로 태양계의 가장 끝자락이다. 거리는 대략 130~160AU다. 빛이 달리더라도 꼬박 하루가 걸리는 거리다. 지난 2014년 보이저 1호가 40년 날아간 끝에 태양권 계면에 진입했다.
그다음 지니는 곳은 오르트 구름이다. 태양계를 둘러싼 가장 바깥 변두리 공간에 수많은 먼지 얼음 덩어리들이 떠들고 있는 지역이다. 이것들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자리를 벗어나서 태양 쪽으로 이끌리게 되면 혜성이 되는데, 이들이 바로 장주기 혜성이다.
2003년 이후 교신이 두절된 파이어니어 10호는 외계인에게 보내는 인류의 메시지를 담은 금속판을 싣고 있다. 여기에는 인류의 모습과 메시지, 태양계, 지구의 위치, 수소 분자 구조 등이 새겨져 있다.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는 인사도 들어 있다.
만약 먼 훗날 인류가 멸망한다 해도 우리가 지구상에 살면서 이룩한 문명의 흔적을 이 대우주에 남기게 될 것이다. 말하자면 파이어니어 10호는 인류가 우주라는 망망대해로 흘려보낸 병 속의 편지인 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파이어니어는 태양권 계면 어디쯤에선가 흐릿한 햇빛을 받으며, 캄캄한 우주공간을 날아가고 있을 것이다. 초속 12km의 맹렬한 속도로 우주공간을 내달리고 있는 파이어니어는 3만 년쯤 후에는 안드로메다자리 붉은 별 로스(Ross) 248을 스쳐 지나고 또 100만 년 동안 열 개의 별을 더 지나갈 거라 한다.
지구인의 메시지를 신고 가는 파이어니어 10호를 잡을 수 있는 외계인이 과연 있을까? 있다면 그게 언제쯤일까? 태양계를 벗어나면 성간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이의 경계선이 어디인지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다. 태양계의 경계선을 태양풍의 영향이 끝니는 선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범위로 할 것인가에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태양의 중력이 미치는 범위는 이보다 천 배는 더 멀다.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가 4.2광년이므로, 그 중간인 2광년까지가 태양의 중력권인 셈이다.
2012년 8월 성간 공간에 진입한 보이저 1호가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지는 시기는 2030년쯤으로 보고 있다. 그때는 전력 부족으로 어떤 장비도 구동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계속 데이터를 보내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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