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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빅뱅 우주론의 등장

by hangilkor-info 2025. 2. 6.

빅뱅 우주론의 등장

 
 

우주론, 신화와 상상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빅뱅 우주론

 
  빅뱅 우주론이 지금은 대세가 되어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다른 우주론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인류는 우주가 변함없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믿고 있었다. 이같이 우주는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며 변화하지 않는다는 이론을 학문적으로 처음 정립한 사람은 1948년 프레드 호일, 헤르만 본디 등으로, 이들이 주장한 우주론을 정상 우주론이라 한다.
 
  빅뱅 우주론과 정상 우주론은 20세기 중반까지 천문학계를 양분 해온 우주론으로 팽팽한 대결 상태를 유지했다. 팽창하는 대우주의 의미를 담고 있는 빅뱅 우주론은 현재 팽창 일로에 있는 우주는 사실 먼 과거 어느 한 시점에 실제로 있었던 대폭발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빅뱅 우주론의 씨앗은 일찍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에 나오는 중력 방정식 속에 숨어 있었다. 일반 상대성이론을 말하기에 앞서 이보다 10여 년 전인 1905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특수 상대성이론은 광속도 불변의 원리와 갈릴레오의 상대성이론을 기초로 하고 있다. 빛의 속도는 어떠한 경우에도 초속 30만km로 일정하며, 공간과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으로 각각 관찰자에 따라 정의될 뿐이라는 것이다. 곧, 특수 상대성이론은 모든 관성계에서 같은 물리법칙이 성립하고(상대성 원리), 빛의 속도가 일정하기(광속 불변의 원칙) 위해서는 서로 다른 운동 상태에 있는 관측자가 측정한 물리량이 달라야 한다는 이론이다. 쉬운 예로, 광속으로 달리는 기차의 바닥에서 천장을 항해 수직으로 랜턴 불빛을 비춘다고 치자. 기차에서는 불빛이 수직으로 달리지만, 기차 밖에서 볼 때는 빛이 달린 거리는 기차 천장과 바닥 길이를 높이로 하는 이등변 삼각형의 빗변이 된다. 즉, 더 먼 거리를 달린 셈이다. 광속은 불변이므로 기차 속의 시간이 느리게 간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처럼 기차 안팎의 시간 기준계가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특수 상대성이론에 따른 시간 지연이다. 이 같은 시간 지연과 공간 수축은 시간과 공간이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된 '시공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달리는 기차를 측정하면 길이는 짧아지고 질량이 늘어나며 시간은 느리게 간다.
 
 
  또한 특수 상대성이론은 질량과 에너지는 존재의 두 가지 형식으로, 양자는 동등하며 서로 변환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질은 얼어붙은 에너지다. 물체의 속도가 빨라지면 질량이 증가한다. 물체에 가해진 에너지의 일부는 속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지만, 일부는 질량을 증가시키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아무리 에너지를 높여 속도를 가속시키더라도 광속에는 이를 수 없다. 광속에 가까울수록 질량이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다음과 같은 그 유명한 방정식이다
 
 
  E=mc2 (E는 에너지, m은 질량, c는 진공 속에서 빛의 속도)
 
 
  이 관계식에 따라 질량이 엄청난 에너지로 바뀌는 것을 인류는 원자폭탄으로 경험했다. 그 후 1916년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한마디로 중력에 관한 이론이다. 일찍이 뉴턴은 중력에 관한 역제곱의 법칙으로 행성의 공전운동을 완벽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중력이 어떻게 그 먼 거리에 작용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 뉴턴은 "나는 가설을 만들지 않는다“라는 말로 넘어갔을 뿐이다. 말하자면 제품의 사용설명서는 완벽한데, 제품의 작동방식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셈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뉴턴의 중력에 대해 '원격으로 작용하는 유령의 힘'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참고로, 두 물체 m1,m2 간의 거리가 r일 때.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 F는 다음과 같은 뉴턴의 중력 방정식으로 기술된다. G는 중력상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은 중력의 정체를 시공의 휘어짐이라고 정의한다. 그 근거는 중력과 관성력은 서로 같은 것이라는 등가원리다. 아인슈타인은 사고실험으로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사람은 중력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엘리베이터 안은 무중력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는 가속도 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성력은 위로 나타나며, 이것이 중력과 서로 지워져 중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본질적으로 중력과 관성력은 같은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것이 바로 일반 상대성이론의 핵심을 이루는 등가원리다.
 
 
  이 등가원리가 가져온 결과는 매우 크다. 단순히 중력과 관성력이 같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가속도를 중력으로 바꾸어버림에 따라 가속계를 만들어내는 효과가 곧 중력효과가 되는 셈이다. 가속하고 있는 로켓의 창으로 날아든 빛은 휘어져 로켓의 맞은편 벽에 도달할 것이다. 여기서 빛이 중력장에서 휘어간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아인슈타인은 빛의 경로가 직선이 아니고 휘어진다면 곧 공간이 휘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빛의 경로는 공간의 성질을 드러내 준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오직 빛만이 우주공간의 본질을 밝혀주는 지표"라고 말했다.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아인슈타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중력이란 두 물체 사이에 일어나는 원격작용의 힘이 아니라, 휘어진 시공간의 곡률 때문에 생겨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의 물리학자 존 휠러(1911~2008)는 ”물질은 공간의 곡률을 결정하고, 공간은 물질의 운동을 결정한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빛이 큰 중력장을 지날 때 경로가 구부러진다면, 그것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곳은 태양이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큰 질량체이기 때문이다. 개기일식 때 태양 주위를 스쳐오는 먼 별빛을 관측하고 태양이 없을 때 오는 별빛의 위치와 비교해보면 된다. 만약 태양 주위의 공간이 굽어 있다면 태양 근처를 지나오는 별빛은 휘어져 별의 실제 위치가 다를 것이다.
 
 
  1919년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1882~1944)은 팀을 이끌고 개기일식을 가장 잘 관측할 수 있는 아프리카 서해안의 한 섬에서 개기일식의 사진을 책은 후 몇 달 전에 찍었던 별들의 위치와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별들의 위치가 아인슈타인이 예측했던 만큼 이동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빛의 휘어짐은 먼 은하들이 보여주는 중력렌즈 효과에서도 밝혀졌다. 중력렌즈 효과란 중력으로 인해 빛이 휘어져 렌즈 역할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리하여 가속도에서 출발한 일반 상대성이론은 결국 중력이론으로 변신하여 우주 구조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석 틀을 제공함으로써 현대 우주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이 등장하자 비로소 우주론이 신화와 상상의 영역에서 벗어나 과학의 장으로 옮겨가게 되었던 것이다. 일반 상대성이론만큼은 그 시대의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으며,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적 산물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