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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원소를 제조하는 우주의 주방

by hangilkor-info 2025. 2. 7.

원소를 제조하는 우주의 주방

원소를 제조하는 우주의 주방

 
  우주를 만드는 기본 구조물은 은하이지만, 은하를 만드는 것은 별 들이다. 별은 말하자면 집을 짓는 데 쓰이는 벽돌과도 같은 존재로 우주의 비밀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빅뱅 우주공간에서 만들어진 수소와 헬륨을 뺀 모든 원자들은 별이 만들어낸 것들이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별을 우주의 주방이라고 말한다. 친문학자들에게 별은 물리학지들의 입자, 생물학자들의 세포와 같은 것이다.
 
 
  별의 원소 제조법은 간단하다. 높은 온도와 압력으로 원자핵 속에 양성자와 중성자 같은 핵자들을 박아 넣는 핵융합이 그 비결이다. 수소 공에서 태어난 별들의 중심부에서는 지속적인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맨 처음 수소를 태워 헬륨을 만들고, 그다음으로는 헬륨을 태우는 식으로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등등, 원소 번호 순서대로 원소들을 만들어가면서 에너지를 생산하여, 짧게는 몇백만 년에서 길게는 몇백 억 년까지 산다.
 
 
  그러는 동안 별의 내부에는 무거운 원소층들이 양파껍질처럼 켜켜이 쌓여간다. 핵융합 반응은 마지막으로 별의 중심에 원자번호 26인 철을 남기고 끝난다. 철은 가장 안정된 원소로 더 이상 핵융합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원소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 빅뱅 이론을 개척한 조지 가모프는 "오리와 감자 한 접시를 요리하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에 원소들이 요리되었다"고 큰소리쳤지만, 빅뱅에 의한 핵합성은 헬륨이나 리튬 같은 몇 가지 가벼운 원소의 생성을 설명하는 데 그쳤을 뿐, 생명체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탄소나 산소 같은 원소 생성을 설명하는 데는 실패했다.
 
 
  더 무거운 원소를 만들려면 더 높은 온도가 필요했지만 우주는 괭창으로 인해 빠르게 식어가고 있었고, 가벼운 헬륨핵이 더욱 무거운 원자핵으로 변환되기 위해 거처야 할 중간단계의 원자핵이 합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3개의 헬륨을 하나의 원소로 변환시키는 경로가 존재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험준한 문제에 돌파구를 연 사람은 놀랍게도 빅뱅 이론의 반대편에 섰던 정상 우주론자 프레드 호일이었다.
 
 
  별의 원자핵 합성을 연구했던 호일은 이른바 인간원리(anthropic principle)를 굳게 믿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의 해결에 뛰어들었다. 인간원리란 한마디로, "여기서 우리는 우주를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우주의 법칙은 우리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강력한 인간 원리도 있는데, 다음과 같다
 
 
  우리가 하필 왜 이런 우주에서 살게 되었는가 하는 것은, 이런 우주가 아니었다면 우주를 사색하는 우리 같은 존재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호일은 별이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내부의 상태가 극적으로 변하면서 핵융합에 필요한 조건을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오랜 노력 끝에 마침내 탄소가 튀어나오는 경로를 알아내기에 이르렀다. 이리하여 호일은 우주론의 가장 큰 쟁점의 하나였던 원자핵 합성 문제에 대한 거의 완전한 해답을 찾아냈다. 탄소의 합성을 밝혀낸 것은 우주의 모든 중원소(重元素)들을 만들어내는 핵반응의 시작을 확인한 쾌거였다.
 
 
  원자책 합성이 완전히 밝혀진 덕택으로 빅뱅 이론의 승리가 굳어졌지만, 논적이었던 호일의 도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이러니라 하겠다. 가모프는 자신의 빅뱅 이론에 가장 강력한 반대자였던 호일과 그의 업적을 존경했고, 자신이 쓴 「창세기」라는 글에서 다음과 같은 말로 호일을 상찬했다.
 
 
  그리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호일이 있으라. 호일이 있었다. 하나님은 호일을 보시고 그에게 좋아하는 방법으로 원소를 만들라고 말씀하셨다. 호일은 별에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초신성 폭발을 통해 그것을 주변에 흩어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