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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빅뱅 우주론, 결국 승리를 하다

by hangilkor-info 2025. 2. 2.

 

빅뱅 우주론, 결국 승리를 하다

 
 
  태초의 불균일성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1989년 11월 18일, 코비를 실은 로켓이 우주공간으로 발사되었다. 코비의 우주배경복사 관측 결과, 우주의 온도는 정확하게 2.728 ±0.002K라는 것을 알아냈다. 이 온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광자로서, 우주공간 1cm3당 광자가 약 400개 들어 있다. 온도와 광자 사이에는 간단한 관계식이 성립하는데, 그 계산에 따르면 위와 같은 광자 개수가 나온다.
 
 
  우주배경복사에서 나타난 불균일성은 10만분의 1이었다. 1992년 4월, 조지 스무트는 아기 우주 사진을 들고 기자회견에 나와 “우리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장 오래된 초기 우주의 구조를 관측했습니다. 은하나 은하단 같은 우주 구조의 원시 씨앗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라고 밝힌 다음 "만일 여러분이 신앙이 있다면, 이것은 신의 얼글을 본 것과 같습니다”라고 감탄에 찬 말로 술회했다. 스티븐 호킹도 “이 발견은 역사상 최고는 아닐지 모르지만, 금세기 최고의 발견이다”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초단파 잡음이 빅뱅의 잔재라는 것을 더는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빅벵

  이 발견은 위기에 빠진 빅뱅 우주론을 구해냈다. 그 공로로 조지 스무트와 존 마셔는 2006년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배경복사로 두 차례나 노벨상이 주어졌다는 것은 빅뱅 우주론의 최종적인 승리를 뜻하는 것이었다. 언론들은 1면 전체를 코비의 기사로 메웠으며, 〈뉴스위크〉는 '신의 필체'라는 제목으로 이 기사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이로써 정상 우주론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인류는 진화 하는 우주의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코비가 처음 2년 동안 관측한 전 하늘의 우주배경복사의 온도편차를 나타낸 지도를 보면, 붉은색 영역은 평균보다 온도가 10만분의 1 정도 높은 지역을 나타내고, 푸른색은 온도가 낮은 지역을 나타낸다. 이것은 빅뱅 38만 년 후의 우주구조를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초기 우주에 밀도의 파동이 있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이로써 빅뱅 우주론은 은하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빅뱅 우주론의 명백한 승리였다.
 
 
  빅뱅 모델을 중명하려던 노력은 이렇게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여러 세대에 걸쳐 세계의 기라성 같은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아인슈타인, 르메트르, 가모프, 앨퍼, 바데, 펜지어스와 윌슨, 코비 팀과 그 밖의 많은 과학자들-은 인류 최대의 화두였던 만물의 출발, 곧 우주 탄생에 대해 정답을 찾아냈던 것이다.
 
 
  만물의 근원을 찾아헤맸던 탈레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그리고 17세기 라이프니츠, 볼테르 같은 계몽주의 철학자들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우주배경복사에 관한 더욱 자세한 관측에 의해 빅뱅 이후 급팽창한 공간에는 초기 2억 년 만에 별이 탄생했으며, 5억 년 만에 은하라 부를 수 있는 것이 나타났다. 그리고 우주의 나이는 오차 범위 1% 수준에서 138억 년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을 담고 있는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우추 탄생의 초기를 보여주는 초상화나 마찬가지다. 말하자면 아기 우주의 모습을 담고 있는 돌 사진과도 같은 것이다. 우주론을 연구하는 과학사들에게는 정밀한 우주배경복사 지도는 보물지도와 같은 존재다. 이들은 이 지도의 정보와 다른 관측자료를 결합하여 우주의 여러 성질을 알아 내려고 연구하고 있다.
 
 
  예컨대 온도편차가 있는 지역들의 크기와 온도를 비교하여 초기 우주의 인력의 세기를 알아내고, 물질이 얼마나 빨리 뭉쳐지게 되었는지 추론할 수 있다. 또 우주배경복사로부터 일반물질과 암흑물질, 암흑 에너지의 구성비를 계산해내며, 우주의 미래까지 내다볼 수 있다. 곧, 우주가 영원히 팽창할 것인지 아니면 언젠가 수축을 시작할 것인지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코비는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과학자들은 이보다 10배, 100배 더 민감한 측정장비를 실은 탐사선을 개발해냈다. 이로써 2001년에는 월킨슨 초단파 비등방 탐사선(WMAP)을, 2009년에는 유럽의 플랑(PLanck) 탐사선을 지구궤도에 올려 우주배경복사에 관해 더욱 정밀한 관측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보다 정밀한 플랑크 우주선이 관측한 데이터에 따르면,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 암흑에너지 74%, 암흑물질 22%, 일반물질 4%를 차지한다. 그리고 이때의 허블 상수는 68km/s/Mpc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