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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우주는 과연 영원불멸할까?

by hangilkor-info 2025. 2. 2.

우주는 과연 영원불멸할까?

우주는 과연 영원불멸할까?

 
  창조 신화에서 출발해 빅뱅 우주론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우주관이 역사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는 거품처럼 없어지곤 했지만, 인류가 생각해온 모든 우주관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른바 우주가 영원불멸인가 아니면 어떤 기원을 갖는가 하는 것이다.
 
 
  20세기를 대표하던 두 우주론 중 정상 우주론은 전자에 속한다. 1940년대 거의 동시에 나타난 정상 우주론과 빅뱅 이론은 둘 다 결정적인 증거가 없어, 한동안 격렬한 논쟁이 계속되었다.
 
 
  한 세대 동안 대폭발 우주론과 선의의 경쟁을 벌인 정상 우주론은 영국의 프레드 호일(1915~2001), 헤르만 본디(1919~2005) 등이 내세운 이론으로, 우주는 넓게 보았을 때 어느 쪽으로나 등방, 균일한 것처럼 시간적으로도 예나 이제나 앞으로나 변함없이 같다는 주장이다. 우주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따라서 진화도 없고 이대로 영원하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굳이 우주의 시작점을 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허블이 발견한 우주의 팽창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므로 정적인 우주론은 발붙일 자리가 없었다. 따라서 진화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우주 모델을 생각해야 했다. 우주가 팽창한다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주의 물질 밀도는 낮아진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머스 골드(1920~2004)는 우주가 팽창함에 따라 늘어나는 은하 사이의 공간에서 새로운 물질이 나타난다는 착상을 했다.
 
 
  이것은 동적이면서도 무한한 우주라는 조건에 들어맞는다. 우주가 무한하다면 우주가 2배로 커져도 역시 무한하다. 은하 사이에 물질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우주의 물질 밀도는 유지될 수 있으며, 우주 전체는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이렇게 하여 정상 우주론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이론은 이전의 영원하고 정적인 우주에 새로운 물질의 창생을 덧보태 약간 수정을 가한 것이다. 우주는 팽창하지만, 그 내용은 영원하며 근본적으로는 변하지 않는다. 별들은 수소 구름에서 태어난다. 별이 생을 마치고 죽으면 그 물질은 다시 우주공간으로 돌아가고, 그것을 밑천 삼아 다른 별로 재생한다.
 
 
  이 아름다운 이론에 의하면, 대우주는 죽음과 재생의 무한한 순환으로 영원히 지속된다. 죽은 별들의 잔해는 그럼 어떻게 되는가? 정상상태 우주론 역시 우주가 팽창한다고 보므로 계속 생기는 공간으로 인해 죽은 별들로 꼭 찰 염려는 없다.
 
 
  그러나 단 하나 불온한 사실이 있다. 새로운 별의 탄생에는 신선한 수소가 필요불가결하다. 만약 새로운 수소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빛의 속도로 팽창해 가는 우주는 언젠가는 물질의 밀도가 0의 상태로 떨어지고, 마지막 항성의 빛이 꺼진 후에는 어떤 빛도, 생명도 존재하지 않는 대공허로 변해갈 것이다. 그러나 정상 우주론은 대우주를 통해서 신선한 수소가 무에서부터 끊임없이 창생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질량불변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태초에 물질이 창생 되었다면 지금 그러지 말란 법은 없지 않은가 하고 반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물질이 어떻게 무에서 창조되는가?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떨어지면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는 양자장이 음의 압력을 내게 되고 물질 사이에 밀힘(척력, 반중력)을 일으켜 우주공간이 급팽창한다. 공간이 팽창한 만큼 우주의 에너지가 증가하는데, 이 에너지가 급팽창이 끝나면서 물질로 바뀐다.
 
 
  우리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발견되고, 우주의 팽창에는 중심이 없으며 모든 은하는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우주에는 특별한 중심이 없고 어떤 방향으로도 동일하다는 등방성을 '우주원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이 원리는 우리은하가 있는 우주공간이나 수십억 광년 떨어진 다른 곳의 우주공간이나 근본적으로 별반 다를 게 없으며, 우리가 사는 곳이 우주의 어떤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상 우주론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주는 시간적으로도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간적으로 동일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존재하는 이 시대도 우주의 다른 시대와 같다는 말이다. 곧, 우리는 우주의 특별한 장소. 특별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우주원리는 시공간 모두에 대해 대칭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완전 우주원리'라 부른다.
 
 
  이 아름다운 이론에 의하면. 대우주는 죽음과 재생의 무한한 순한으로 영원히 지속된다. 이 이론대로라면 대우주는 태초도 없고 종말도 없이 영구적으로 일정한 물질밀도를 가지며 정상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정상 우주론은 떠들썩한 탄생이나 음울찬 종말이 없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매력적인 우주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