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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우리가 사는 동네, 태양계

by hangilkor-info 2025. 2. 11.

우리가 사는 동네, 태양계

우리가 사는 동네, 태양계

  초속 17km로 40년을 날아야 태양계를 빠져나간다



  우리가 사는 동네인 태양계는 태양과 그 중력장 안에 있는 모든 천체, 성간물질,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주변 천체들이 이루는 체계를 말한다.


  태양 이외의 천체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 8개의 행성이 큰 줄거리로 본문이라면, 나머지 약 160개의 위성, 수천억개의 소행성, 혜성, 유성고 운석, 그리고 행성간 물질 등은 부록이라 할 수 있다.

  인류가 태양계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에 들어서였다. 그전에 인류 문명이 진행되었던 수천 년 동안 태양계라는 개념은 형성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에 부동자세로 있으며, 하늘에서 움직이는 다른 천체와는 절대적으로 다른 존재라고 믿었다.


  기원전 3세기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아리스타르코스가 태양중심의 우주론을 주창하기도 했지만, 태양계라는 개념의 기원은 아무래도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주창한 태양 중심의 지동설에 닿아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17세기에는 그 계승자 요하네스 케플러가 태양 중심설에 기초한 행성운동의 3대 법칙을 발견하고, 이어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달과 목성의 4대 위성, 은하수 등을 관측해 지동설을 확고한 기틀 위에 세움으로써 태양계가 인류의 인식 속에 뚜렷이 자리 잡기에 이르렀다.


  오늘날 우리는 수천억 개의 은하들이 존재하는 대우주 속에서 우리은하는 조약돌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뿐 아니라, 우주속에서 태양계가 차지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망망대해 속의 거품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척도로 볼 때 태양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대하다.


  1977년 발사된 보이지 1호가 총알 속도의 17배인 초당 17km의 속도로 40년 가까이 날아간 끝에 겨우 태양계를 빠져나가 성간 공간에 진입했다. 이 거리는 태양-지구 거리의 130배인 200억km로, 초속 30만km의 빛이 20시간은 달려야 하는 먼 거리다.


  만약 이 거리를 시속 900km인 비행기로 주파한다고 치면 얼마나 걸릴까? 놀라지 마시라. 무려 2400년이 더 걸리는 시간을 날아가야 한다. 우주 속에 거품 하나에 지나지 않는 태양계지만 우리에겐 이토록 광대한 것이다. 보이저 1호는 인간이 만든 물건으로는 가장 우주 멀리 날아간 셈이다.

태양계를 고민한 철학자

  그렇다면 이 태양계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태양계가 약 46억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은 일찍이 천문학자들이 계산서를 뽑아냈지만, 지구에 사는 어느 누구도 그것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인류는 태양계 형성에 관해 많은 가설들을 고안해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가설은 성운설로 불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최초로 성운설을 주장한 사람은 놀랍게도 천문학자가 아니었다. 18세기 철학자인 임마누엘 칸트였다. 그는 1755년에 발표한「일반 자연사와 천체 이론」에서 태양계가 거대한 성운 속에서 태어났다는 성운설을 주창했다. 이어 1796년 프랑스의 피에르 시몽 라플 라스(1749~1827)가 칸트의 성운설에 수정을 가해 칸트-라플라스 성운설로 거듭났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다시 과학세례를 받은 끝에 완성된 이 이론에 따르면, 태양계는 천천히 자전거는 고온의 가스 덩어리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까마득한 옛날, 한 46억 년 전품 어느 시점에 은하 원반 평면에서도 가장자리에 있는 어느 지점에서 큰 별 하나가 폭발했다. 거성이 생의 막바지에 이르러 장렬한 폭발로 삶을 마감하는 것이 이른바 초신성 폭발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것은 사실 신성이 아니라 늙은 별의 임종이다. 별이 없던 곳에 갑자기 엄청나게 밝은 별이 나타난 것을 보고 옛사람들이 신성이라고 불렀을 뿐이다.

  어쨌든 초신성이 폭발하면 그 엄청난 에너지는 전 은하가 내는 빛보다도 밝은 빛을 우주공간에 뿌리게 된다. 초신성의 폭발은 한 별의 종말이자 다른 드라마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것은 가장 장대한 우주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그 어마어마한 폭발의 충격파가 근처의 거대한 원시구름을 휘저어 중력 평형을 깨뜨리는 바람에 원시 구름의 뺑뺑이 운동을 촉발했다. 바야흐로 태양이, 잉태되는 순간이다. 수소로 이루어진 이 원시구름은 지름이 무려 32조km, 3광년이 넘는 크기였다.


  우주 속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회전운동이다. 이 거대한 태양 성운 역시 중력으로 뭉쳐지면서 제자리 맴돌기 시작했고,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따라 뭉쳐질수록 회전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게 되었다. 피겨 선수가 회전할 때 팔을 오므리면 더 빨리 회전하는 것과 같은 원리리다. 원반이 빠르게 회전할수록 성운은 점점 편평해진다. 이 또한 피자 반죽을 빠르게 돌리면 두께가 더욱 얇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먼지 원반의 중심에 이윽고 수소 공이 만들어진다. 이른바 원시별이다. 빠르게 회전하는 원시별이 주변의 가스와 먼지구름의 납작한 원반에서 물질을 흡수하면서 2천만 년쯤 줄기차게 뺑뺑이를 돌다 보니 지금의 태양 크기로 뭉쳐지기에 이르렀고, 이윽고 내부에서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 항성으로서의 일생을 시작한다.


  한편, 원시행성계 원반의 고리에는 수많은 물질이 서로 충돌하며 중력작용으로 뭉치면서 자잘한 미행성들을 만든다. 이 미행성들은 무수한 충돌을 거듭하면서 덩치를 키워가 이윽고 우리 지구나 목성 같은 행성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미처 태양이나 행성에 합류하지 못한 성긴 부스러기들은 소행성과 위성 등이 되었다.

 

  이 같은 경로를 거쳐 태양계 행성들도 태양과 같은 시기에 형성되었다. 행성들이 태양의 자전축을 중심으로 거의 같은 평면상 궤도를 돌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물론 이 공전의 본래 힘은 원시 태양계 구름의 회전력이다. 그 힘이 여전히 지속되어 모성의 자전과 행성들의 공전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 각운동량은 27일마다 한 바퀴 자전하는 태양의 자전운동을 비롯, 태양계 모든 천체의 운동량으로 아직껏 남아 있다.


  오늘 해가 지고 달이 뜨는 것도 지구가 하루에 한 바퀴 자전하기 때문이다. 지구를 채로 치는 팽이처럼 무섭게 돌리는 그 힘은 46억 년 전 태양계의 탄생 때부터 존재했던 것이고, 더 멀리는 빅뱅에서 온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장구한 시간의 저편과 엮여 있는 존재인 것이다.

  태양계가 제 모습을 얼추 갖추게 된 것은 태양 성운이 회전운동을 시작한 후 대체로 1억 년 안의 일이지만, 그로부터 6억 년 후 후기 운석 대충돌기라는 격변의 시기를 겪게 되었다. 목성과 토성의 궤도 공명으로 인한 중력 요동이 해왕성-천왕성의 궤도 순서를 천왕성-해왕성으로 바꾸어 놓았고, 소행성대와 카이퍼 띠에 몰려 있던 소행성들을 대거 내행성 쪽으로 내몰아 소행성 포격시대의 막을 열었다. 수성과 달 표면을 무수히 뒤덮고 있는 크레이터들이 그 증거다.


  그러나 이 같은 소행성 포격이 반드시 재앙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지구의 바다는 얼음 형태의 물을 충분히 포함하고 있었던 이들 소행성이 가져다준 것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씨앗이 소행성에서 왔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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