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자와 토성
지름 12만km/평균 거리 14억 3천만km(9.5AU)
공전주기 29.6년/자전주기 10.7시간/위성 60여 개
토성의 모양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다른 행성은 몰라도 아름다운 고리를 가진 토성만큼은 아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토성은 우주에서도 으뜸가는 유명 천체다.
실제로 토성을 보고 천문학을 전공하게 됐다느니, 별지기 세계에 입문했다느니 하는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이 천문동네에서는 천문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토성 대학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동경을 받아온 토성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행성이다. 18세기 말에 허셜이 망원경으로 천왕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토성까지가 행성의 전부라고 생각했다.
토성의 고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역시 갈릴레오였다. 그런데 망원경이 시원찮아 선명한 고리는 못 보고, 삐죽한 고리 양 끝만 보고는 “토성의 양쪽에 귀 모양의 괴상한 물체가 붙어 있다"고 했다.
그것이 고리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진 것은 갈릴레오의 발견으로부터 50년쯤 뒤의 일이었다. 망원경을 개량하여 토성의 고리를 발견한 사람은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1629~1695)다. 그는 고리에 대해 이렇게 썼다. "토성은 황도 쪽으로 기운 납작하고 얇은 고리로 둘러싸여 있고, 그 고리는 어디에도 닿아 있지 않다.”
토성의 고리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라는 사실은 1675년 조반니 카시니가 밝혀냈다. 또한 그는 성능 좋은 망원경으로 고리 사이의 큰 틈새를 찾아냈는데, 오늘날 카시니 틈(간극)이라 부르는 그것이다. 그 벌어진 간격의 폭이 수천km라 틈이라 부르기엔 좀 어울리지 않지만.
사진을 보면, 수많은 얇은 고리로 이루어진 토성의 고리는 꼭 납작한 레코드판 모양을 하고 있다. 판 한 장으로 보이는 토성의 고리는 실제로는 천 개 이상의 가는 고리들이 모여 만든 것이다. 고리들은 적도면에 나란히 자리 잡고 있으며, 토성 표면에서 약 7만~14만km까지 뻗어 있다.
토성의 고리는 아주 작은 알갱이 크기에서부터 기차만 한 크기의 얼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99.9%가 물이다. 이 거대한 우주의 레코드판은 지름이 무려 30만km에 달하며, 이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와 비슷하다.
목성과 마찬가지로 가스행성인 토성은 태양계 행성 중 목성 다음으로 크며, 지름은 지구의 9.5배, 질량은 약 95배나 되는 덩치를 자랑한다. 그런데 밀도는 물보다 낮은 0.7로, 태양계에서 가장 낮다. 그래서 목성 크기의 물그릇에 토성을 던져넣는다면 물 위에 둥둥 뜨는 모습이 될 것이다.
토성의 공전 속도는 지구의 약 3분의 1인 초속 9.9km로,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30년이나 걸린다. 인간의 한 세대와 맞먹는 시간이다. 자전축이 26.7도 기울어져서 공전을 하므로 지구처럼 계절도 생긴다. 그리고 지구에서 봤을 때 대략 30년을 주기로 고리의 모습이 바뀌는데, 고리의 평면이 태양과 일치할 때 우리의 시각에서는 토성의 고리가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현상은 한 주기에 두 번, 즉 약 15년에 한 번씩 일어난다.
수소 분자가 가창 많은 토성의 대기 성분 역시 목성과 비슷하다. 목성처럼 띠가 있는데, 목성보다 희미하고 소용돌이 수도 적다. 가끔 커다란 소용돌이가 나타나지만 목성의 대적점에 비하면 아주 작다.
토성 가족도 목성에 버금가는 대가족이다. 지금껏 알려진 위성의 수만도 62개나 된다. 그중에서 가장 큰 위성은 목성의 가니메데 다음으로 태양계에서 두 번째 큰 타이탄이다.
1655년 하위헌스가 처음 발견한 타이탄은 위성으로서는 드물게 대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것도 지구의 15배나 진한 대기다. 질소가 주성분이고, 메탄도 섞여 있는 두터운 오렌지색 대기로 완전히 둘러싸여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다. 지름이 5천km 남짓으로 지구의 반밖에 안 되는 위성에 이렇게 두터운 대기가 존재한다는 것이 수수께끼였다.
이 수수께끼는 토성에 처음 접근한 파이어니어 11호가 풀었다. 1979년 파이어니어는 토성과 위성들의 사진을 찍으면서 타이탄의 온도도 측정했는데, 무려 영하 180℃였다. 이렇게 차갑기 때문에 대기를 붙잡아둘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타이탄에는 액체로 된 메탄 바다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지구인의 흥미를 끌고 있다.
1980년과 1981년에는 보이저 1, 2호가 외부 태양계로 나가는 도중에 토성에 들러 토성과 고리의 선명한 영상을 얻기도 했지만, 토성 탐사의 결정판은 미국과 유럽이 공동 개발하여 1997년 10월 발사한 카시니-하위헌스호다. 카시니는 미NASA(항공우주국)에서 제작한 토성 궤도선이고, 하위헌스는 ESA(유럽 우주국)에서 만든 위성 탐사선이다. 이 둘로 이루어진 카시니-하위헌스는 토성 궤도에 진입해 현재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4년 7월 1일, 토성 주위를 공전하는 최초의 탐사선인 카시니는 토성 궤도에서 장기간 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1월 하위헌스 탐사선은 타이탄 지표에 투하되었다. 투하 과정에서 대기 분석 등 임무를 수행하고 무사히 착륙했다. 2008년에 카시니호는 임무를 마칠 예정이었으나, 기간이 연장되어 지금도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카시니가 찍은 사진 중 가장 관심을 끈 것은 토성의 북극에서 발견한 육각형으로 회전하는 구름이다. 육각형 기름으로 불리는 이 구름이 차지하는 영역은 지구의 두 배쯤 되며, 그 안에서 제트류가 초속 100m로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육각형 구름은 우주에서 일어나는 가장 아름다운 미스터리로 평가받고 있다. 생긴 것처럼 수많은 비밀을 품고 있는 토성은 앞으로 탐사가 진행되면 더 많은 비밀이 밝혀지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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