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에 관한 두 가지 의문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이 고전(古典)을 통해 진리를 찾으려 했던 이유는?
옛날 사람들은 '지혜(智慧)'라는 것이 새롭게 발견한 것에서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에 있었던 것들을 다시 찾아냄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종교적인 것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은 일단 신이 창조한 최초의 인간인 아담이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이러한 가정의 근거는 『창세기(創世記)』 제2장 19절~20절 (신께서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아담이 모든 가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아담이 모든 것들의 이름을 지었으니, 그것들의 본성에 대해서도 당연히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논리로 이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지혜'란 아담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담과 이브가 신의 명령을 어김으로 인해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되는데, 이때부터 인간은 타락한 존재가 되어 지혜의 상실이 시작되었다.
지혜의 상실은 한 순간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에 걸쳐 조금씩 소멸되어 갔다. 인간의 지혜는 흘러간 시간에 비례해서 줄어들었다. 옛날 사람들이 가졌던 '지혜'에 대한 이런 접근법은 '고대 선조들이 후손들보다 인간이 타락하기 시작한 시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시대에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선조들이 후손들에 비해 휠씬 더 지혜로울 수밖에 없다'는 유추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중세 르네상스 시대의 학자들은 자신들의 연구와 관련된 여러 근거들을 고전(古典)으로부터 찾으려 했다. 만약 자신이 수립한 가설이 고전에 없거나, 또는 전혀 반대되는 내용들만이 발견된다면, 그 가설은 분명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였다. 코페르니쿠스가 고전을 탐색하여 자신의 가설과 맞는 선행 학자들의 이론들을 소개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티코의 수정(修政) 지구중심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티코가 착안한 행성계의 가장 큰 특징은 행성들이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던 방식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태양계는 다시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독실한 프로테스탄트였던 티코에게 지구중심설은 선택 사항이 아니었다. 티코는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 그 어느 쪽도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 되지 못했기에 이와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티코의 이런 행성 배치는 관측치(觀測値)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정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했다. 만약 티코가 프톨레마이오스 시스템을 끝까지 고집했더라면, 그의 관측값은 제대로 조합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가설은 행성들의 위치와 그 관측치의 오차를 상당히 줄여 주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오차의 축소는 케플러로 하여금 행성들이 절대 원궤도로 공전할 수 없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도록 했다. 특히 화성의 관측에 집중했던 티코의 오차 범위는 8'이었는데. 당시로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정밀도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오차일 뿐이었다. 케플러는 그러한 오차의 원인을 화성의 공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치 변화의 비(非)균등합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간주하고, 그 경향성을 분석하여 행성들이 타원 궤도로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티코의 행성계에서 행성의 공전 궤도와 관련해 또 하나 주목할 만한 특징은 '태양이 박혀 있는 수정구(水晶球)와 화성이 박혀 있는 수정구가 서로 교차하면서 지구 둘레를 공전한다'는 내용인데, 이것은 정통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을 철저히 거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티코가 지구중심설을 끝까지 견지했을지라도, 이처럼 오랫동안 준칙(準則)으로 신봉되던 아리스토텔레스 물리학의 기본 원칙을 과감히 폐기함으로써 자신은 이제 전통적 우주론으로부터 확실하게 이탈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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