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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천문학사를 이해하는데 생기는 의문들

by hangilkor-info 2025. 1. 31.

천문학사를 이해하는데 생기는 의문들

천문학사를 이해하는데 생기는 의문들

천문학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가?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주술적 목적으로 하늘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그 후 농경시대가 시작되자 달력 제작, 제례 의식, 전략 수립 등 여러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천체들의 운동에서 정합성과 규칙성을 추출하려는 시도를 하게 되었다. 이런 작업은 그리스, 이집트, 바빌로니아, 인도, 중국 등지에서 각기 다른 시기와 목적으로부터 시작되었으나, 왕국이 건설되면서 천문을 담당하는 부서가 생기는 것을 계기로 점차 체계화되었다. 하지만 천문학이 형이상학적(경험에 의해 증명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닌 것들을 다루는)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고대 바빌로니아의 학자들은 실용적인 목적 아래 관측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천체들의 운동과 관련된 관측치의 충분한 확보와 그 해석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에 연구의 주된 초점을 두었던 반면, 동시대 그리스의 학자들은 진리 탐구라는 목적 아래 우주의 기원과 모형, 그리고 천체들의 운동 원리를 형이상학적 방식을 통해 규명하려는 것에 보다 많은 노력을 쏟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기록들이 전해지고 있는 그리스를 살펴보면, 오전부터 여러 학자가 천상계(天上界) 현상에 대해 다양한 주장들을 내놓았는데. 그 중 탈레스는 '실재(實在)하는 유물론적 입장에서 천상계를 해석하려 했다'는 점에서 천체 연구가 어떤 원칙 아래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분명히 제시했다. 탈레스의 이런 패러다임의 제시는 천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었다.

 

천문학에서 음률적(音律的) 해석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고대 사람들은 창조주가 이 세상을 만들 때, 마구잡이식으로 작업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어떤 규칙에 입각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로 타악기가 가장 먼저 등장했는데, 그 후 현악기로 발전하면서 화음이라는 것이 구체화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학자들 사이에서 화음이 자연의 법칙을 이해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고, 조금씩 그에 대한 증거를 탐색하던 중, 수학적으로 표현된 화음 원리가 건축과 토목 사업 등에서 심미주의를 극대화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자연철학자들은 이런 화음 원리를 더 큰 규모로 확대하여 이 세상의 창조 과정과 진행 방식 역시 '화음의 수학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피타고라스를 위시한 여러 그리스 자연철학자들은 천체들의 운동이 일정 오차 범위 내에서 나름 규칙성을 보여 주고 있음에 착안하여, 그 규칙성을 음률적 방식으로 해석해 화음에 입각한 모종의 법칙을 유도하려 했다. 행성들의 운동에 대한 이런 정격화 시도는 2000년이 넘도록 이어져 케플러가 '조화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우주혼(宇宙 魂)은 어떤 개념인가?

  아낙시메네스로부터 유래한 혼() 개념은 플라톤에 이르러 우주혼으로 발전하게 된다. 일찍이 사람들은 무생물과 생물을 외부의 힘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것과 자신의 의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는 것으로 구분했다. 이때 자기 의지로 움직이는 것은 그 동작을 통제하는 주체가 분명히 있기 마련인데, 이것이 혼이라는 것이다. 당시 천상계에서 운동하는 행성들은 신화를 통해 신적인 존재로 간주하였고. 이에 몇몇 자연철학자들은 행성에 혼이 담긴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천체의 운동 속도가 일정하지 않고, 또 한 방향으로만 운동하는 것이 아님을 발견한 후에는 혼 개념의 적용이 잦아졌다. 그런데 우주혼 개념은 플라톤에 의해 보다 구체화한다. 플라톤은 형이상학적 운동 중심에 우주혼의 역할을 부각하면서 수의 비례와 관련된 기법을 통해 우주의 기원, 존재 및 운동 방식 등을 규명하려 했다.

 

  플라톤은 티마이오스에서 우주혼은 '존재', '동일성', '타자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것들은 형상적인 것[불가분적 존재, 동일성, 타자성]과 지각되는 것[가분적 존재, 통일성, 타자성]으로 양분 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플라톤이 우주혼을 '형상과 물체적인 것들의 중간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인데, 그가 이렇게 인식한 이유는 우주혼이 '형상의 세계'와 감각에 의해 지각되어지는 '생성의 세계' 두 가지 모두에 관여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즉, 우주혼은 영원한 '형상의 세계'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성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플라톤은 우주혼의 구성 과정에서 수(數)계열을 도입하게 되는데. 이것은 자신의 논리를 음률과 관련짓기 위해서였다. 이런 해석은 앞서 피타고라스학파에 의해 꾸준히 유행하던 방식이다. 이처럼 우주론의 해석 과정에서 천체의 운동을 음악 이론과 접목하려는 시도는 훗날 중세 천문학자들이 등비비례, 조화수열 등을 이용해 고질적인 천문학의 난제를 해결하려 할 때, 다시 한번 등장한다. 실제로 이런 적용(음악 이론, 등비 비례, 조화수열)의 효과를 제대로 본 천문학자가 바로 케플러(3법칙: 조화의 법칙)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플라톤의 우주는 형이상학에 입각한 '기하학적 조화의 구성체'라고 할 수 있다.

 

  플라톤의 우주혼이 천체들의 운동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좀 더 살펴보면, 일단 플라톤의 우주혼에서는 '동일성의 운동''타자성의 운동'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 플라톤은 천상계의 회전 운동을 천구 전체를 원형으로 움직이게 하는 항성들의 회전 운동, 즉 적도면과 평행하게 동쪽에서 서쪽을 이동하고 있는, 매일 관측이 가능한 운동인 '동일성의 운동'과 일곱 개(태양, 금성, 수성, , 화성, 목성, 토성)의 천체들이 황도면과 동일한 면에서 각기 다른 지름과 주기를 가진 채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고 있는 '타자성의 운동'으로 양분시켰다. 당연히 이 두 운동의 회전 방향은 서로 반대가 된다. 플라톤은 이 두 가지 운동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천체들의 겉보기 현상을 설명하려 했는데, 이것은 모두 우주혼의 작용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우주혼은 고대로부터 르네상스 시대까지 천문 현상들의 원인을 설명해 주는 도구로 여러 학자들에 의해 응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