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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 이야기

별의 운명

by hangilkor-info 2025. 3. 4.

별의 운명

별의 운명

 

 

 

  별의 진화 경로와 마지막 모습은 다 같지 않다. 그것을 결정하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그 별이 갖고 있는 질량이다. 태양 질량의 8배 이하인 작은 별들은 조용한 임종을 맞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별들에게는 매우 다른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

 

 

  작은 별은 두 번째의 수축으로 온도 상승이 일어나지만, 탄소 원자핵의 융합에 필요한 3K의 온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두 번째의 중력 수축에 힘입어 얻은 고온으로 마지막 단계의 핵융합을 일으켜 별의 바깥 껍질을 우주공간으로 날려버린다. 이때 태양의 경우, 자기 질량의 거의 절반을 잃어버린다. 태양이 뱉어버린 이 허물들은 태양계의 먼 변두리, 해왕성 바깥까지 뿜어져나가 찬란한 쌍가락지를 만들어놓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행성상 성문으로, 생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별의 모습이다.

 

 

  이 별의 중심부는 탄소를 핵융합시킬 만큼 뜨겁지는 않으나 표면의 온도는 아주 높기 때문에 희게 빛난다. , 행성상 성운 한가운데 자리하는 백색왜성이 되는 것이다. 이 백색왜성도 수십억 년 동안 계속 우주공간으로 열을 방출하면 끝내는 온기를 다 잃고 까맣게 탄 시체처럼 시들어버린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빛도 꺼지고 하나의 흑색왜성이 되어 우주 속으로 영원히 그 모습을 감추어버리는 것이다.

 

 

  태양의 경우 크기가 지구만 한 백색왜성을 남기는데, 애초 항성 크기의 100만분의 1의 공간 안에 물질이 압축되는 것이다. 이 초밀도의 천체는 찻술 하나의 물질이 1톤이나 된다. 인간이 이 별 위에 착륙한다면 5만 톤의 중력으로 즉각 분쇄되고 말 것이다.

 

 

  태양보다 8배 이상 무거운 별들의 죽음은 장렬하다. 이러한 별들은 속에서 핵융합이 단계별로 진행되다가 이윽고 규소가 연소해서 철이 될 때 중력붕괴가 일어난다. 이 최후의 붕괴는 참상을 빚어낸다. 초고밀도의 핵이 중력붕괴로 급격히 수축했다가 다시 강력히 반발하면서 장렬한 폭발로 그 일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슈퍼노바(Supernova), 곧 초신성 폭발이다.

 

 

  거대한 별이 한순간의 폭발로 자신을 이루고 있던 온 물질을 우주공간으로 폭풍처럼 내뿜어버린다. 수축을 시작해서 대폭발하기까지의 시간은 겨우 몇 분에 지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동안 빛나던 대천체의 임종으로서는 지극히 짧은 셈이다.

 

 

  이때 태양 밝기의 수십억 배나 되는 광휘로 우주공간을 밝힌다. 빛의 강도는 수천억 개의 별을 가진 온 은하가 내놓는 빛보다 더 밝다. 우리은하 부근이라면 대낮에도 맨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초신성 폭발은 우주 최대의 드라마다. 그러나 사실은 신성이 아니라 늙은 별의 임종인 셈이다. 만약 이런 초신성이 태양계에서 몇 광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폭발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처럼 큰 별들은 생을 다하면 폭발하여 우주공간으로 흩어지고, 그 잔해들을 재료 삼아 또 은하로 회생하는 윤회를 거듭하는 것이다 .

 

 

  어쨌든 장대하고 찬란한 별의 여정은 대개 이쯤에서 끝나지만, 그 후일담이 어쩌면 우리에게 더욱 중요할지도 모른다. 삼라만상을 이루고 있는 92개의 자연 원소 중 철보다 가벼운 원소들은 수소와 헬륨 외엔 모두 별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철 이외의 중원소들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바로 초신성 폭발 때 엄청난 고온과 고압으로 순식간에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초신성의 연금술이다.

 

 

  대폭발의 순간 몇 조K에 이르는 고온 상태가 만들어지고, 이 온도에서 붕괴하는 원자핵이 생기고 해방된 중성자들은 다른 원자핵에 잡혀 은, , 우라늄 같은 더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게 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주기율표에서 철 이외의 중원소들이 항성의 마지막 순간에 제조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항성은 일생 동안 제조했던 모든 원소들을 대폭발과 함께 우주공간으로 날려 보내고 오직 작고 희미한 백열(고온에서 흰색의 빛을 떠는 상태)의 핵심만 남긴다. 이것이 바로 지름 20km 정도의 초고밀도 중성자별로, 각설탕 하나 크기의 양이 1억 톤이나 된다.

 

 

  한편, 중심핵이 태양의 2배보다 무거우면 중력 수축이 멈추어지지 않아 별의 물질이 한 점으로 떨어져 들어가면서 마침내 빚도 빠져나올 수 없는 블랙홀이 생겨난다.

 

 

  블랙홀(black hole)이란 글자 그대로 검은 구멍을 뜻하며, 좀 더 과학적으로 표현하면 '중력장이 극단적으로 강한 천체'로 주위의 어떤 물체든지 흡수해 버리는 별이다. 일단 블랙홀의 경계면, 곧 사건 지평선 안쪽으로 삼켜진 물질은 결코 바깥으로 탈출할 수가 없다. 심지어 초 속 30km인 빛조차도 블랙홀을 벗어날 수 없다.

 

 

  블랙홀 내부의 중심에는 밀도가 무한대인 특이점이 존재하는데, 중력의 고유 세기가 무한대로 발산하는 시공의 영역으로, 여기서는 모든 물리법칙이 붕괴된다. 따라서 인과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퍼스트 스타가 남긴 블랙홀의 크기는 약 30km로 알려져 있으며, 질량은 태양의 10배 정도라 한다. 지금도 우주에서는 계속 블랙홀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태양의 20배 이상 되는 질량의 거성은 그 일생의 마지막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 후 블랙홀을 남긴다.

 

 

  어쨌든 연금술사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연금술은 초신성 같은 대폭발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지구상에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을 가지고 그들은 숱한 고생을 한 셈이다. 그중에는 인류 최고 천재 뉴턴도 끼어 있다. 사실 뉴턴은 수학이나 물리보다 연금술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초신성 폭발 때 순간적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중원소들은 많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바로 이것이 금이 철보다 비싼 이유다. 여러분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금반지의 금은 두말할 것도 없이 초신성 폭발에서 나온 것으로, 지구가 만들어질 때 섞여들어 금맥을 이루고, 그것을 광부가 캐어내 가공한 후 금은방을 거쳐 여러분의 손가락을 장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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